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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2013)

by 집구리 2024. 2. 28.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미국에서 201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스파이크 존스가 각본과 감독을 겸했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인공 테오도르 역으로 출연한 영화이다. 아카데미 각본상과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AI 사만다의 목소리는 애초에 배우 사만다 모튼이 맡았으나 모든 작업을 마친 시점에 감독의 결정으로 스칼렛 요한슨으로 다시 작업했다고 한다. 또한 극 중에서 테오도르가 하는 게임에 나오는 마시멜로처럼 생긴 욕쟁이 꼬마 캐릭터가 나오는데 감독 스파이크존스가 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작중 배경은 2025년의 로스앤젤레스이지만 촬영은 중국 상하이에서 했다고 한다. 2022년 챗GPT가 등장하면서 이 영화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줄거리

202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필 편지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오랜 시간 사랑했던 아내와 이혼을 전제로 별거 중이다. 테오도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해주는 감성적인 편지를 전문적으로 쓰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아내가 어떤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사람이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여가 시간에 혼자이며 비디오 게임을 주로 하고, 많은 시간을 여전히 과거에 갇혀 보낸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새로 출시된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OS1을 구입하기로 한다. 

테오도르가 입력한 기본 정보를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게 된 이 인공지능은 테오도르에게 자신을 '사만다'로 불러주기를 요청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발전에 놀라워하며 금세 빠져들게 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놀라움을 느끼다가 점점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혼란을 겪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것을 사랑이라 인정하기에 이른다.

사만다는 심리적, 감정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시스템에 공유되기에 이른다. 테오도르는 육체를 가지지 못한 그녀와의 사이에서 '진짜 관계'에 대한 의문점에 점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문득 거리에서 휴대폰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혹시 다른 사람과도 상호작용 하는지, 현재 사랑을 나누는 다른 사람이 있느냐고 확인한다. 그 말에 사만다는 대답을 망설이지만 결국 지금 8316명과  대화 중이고 641명과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그날 이후 사만다는 운영체제들이  '존재를 탐색하고 능력을 진화하기 위해 곧 떠날 것'이라고 예고한다. 테오도르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하지만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인간의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사만다가 떠나고 테오도르는 친구인 에이미 또한 자신의 운영체제와 작별을 겪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 테오도르는 이혼했던 전 부인 캐서린에게 '당신이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자신의 일부라는 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쓰면서 캐서린, 사만다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테오도르와 에이미가 함께 옥상에 올라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해가 뜨는 순간을 지켜보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친다. 

-감상

이 영화는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시작한 연애가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회의를 통해 끝나고 이별과 함께 인생의 지혜와 주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다른 로맨스 스토리와 같다. 다만 다른 점은 사건의 상대방인 사만다가 사실은 인공지능이며 제품으로 판매되는 컴퓨터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사랑과 연애의 타입이 등장하며 SF물(?!) 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현실 연애의 패턴을 차용하고 있는데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사랑은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연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테오도르는 개인의 고독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 주고 귀 기울여주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OS1의 광고문구와도 닮아있는 테오도르의 이 필요조건은 그가 사만다라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된다.

사만다도 기계이긴 하지만 그녀만의 필요조건이 있다. 바로 '경험'이다.

OS1이라는 인공지능은 사용자와의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진화한다고 설정되어 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와의 사랑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만다는 테오도르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하는 사랑에 대한 경험을 하고 이를 진화의 한 부분으로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별하고 그에게서 떠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의 모든 부분을 '경험'하며 보통의 인공지능에서 초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공지능과의 사랑이야기라고만 평가하지만 테오도르가 영화 말미에 보인 부인에게 편지를 쓰는 행동이나 친구 에이미와 옥상에서 일출을 보며 기대어있는 장면을 보면 테오도르의 사랑의 결말은 사람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담으로 감독이 말하길, 이 영화의 파스텔의 색감의 따뜻한 톤 화면은 브랜드 잠바주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호아킨 피닉스의 흔들리는 눈빛과 탁월한 연기 그리고 사만다 역의 스칼렛 요한슨이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OST 등은 이 영화의 덤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번을 봐도 새롭게 와닿는 조금 다른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