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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Gone Girl)

by 집구리 2024. 1. 5.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기본 정보

2014년 개봉된 이 영화는 데이빗 핀처가 감독하고 남자 주인공 닉 역할에 벤 에플렉, 여자 주인공 에이미 역할에 로자먼드 파이크가 캐스팅된 스릴러 영화이다. 제작에 배우로도 유명한 리즈 위더스푼이 참여하였고 원작 소설의 작가인 길리언 플린이 영화의 각본 또한 맡아 영화와 소설 모두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에이미와 닉 커플이 결혼 5년 차인 시점과 플래시백 형식으로 과거를 조금씩 보여주며 진행해 나간다. 데이빗 핀처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편집이  돋보인다. 북미에서 개봉 후 2주간 흥행 1위를 기록하였으며 박스오피스 1억 6천여 달러를 벌어들이는 성과를 냈다. 러닝타임이 149분으로 긴 편에 속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아 치밀하고도 섬세한 각본과 세련된 연출이 경지에 다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줄거리

베스트셀러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에이미는 우연히 파티에서 유머러스하고도 친철한 닉을 만난다. 서로가 이상형이라고 여겨 첫눈에 반한 둘은 결혼에 이르지만 좋은 시절은 잠시뿐이었고 두 사람이 불경기로 실직하고 닉이 고향 미주리로 이주를 강행하면서 부부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게으르고 이기적인 닉의 본성과 외도 등 균열이 지속되고 있던 5주년 결혼기념일 아침 아내 에이미가 실종된다. 유명인사 에이미가 사라지자 언론은 그녀의 실종사건으로 도배된다. 경찰은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언론들은 용의자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관심이 그에게 더욱 집중된다. 

 

영화의 중반부 에이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이미는 닉의 외도와 이혼 계획을 알고 있었고 닉에게 복수하기 위해 부도덕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만들어 감옥에 보내려는 치밀한 계획을 짠다. 이웃에게 임신한 자신에게 닉이 폭력적으로 행동한다고 세뇌시키고 닉의 살해 동기를 마련하기 위해 본인의 사망보험금도 증액한다. 본인의 피를 채혈해 부엌 바닥에 뿌리고 닦아 놓고 일기장에 닉과의 불화를 써놓고 표지만 살짝 불에 태워 닉이 증거를 은닉한 것처럼 꾸민다. 그렇게 남편 닉의 곁을 떠나 도피를 이어가던 에이미는 어느 날 남편의 티브이 인터뷰를 본다. 

 

닉은 본인의 누명을 방어하기 위해 아내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거짓 인터뷰한다. 그걸 본 에이미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찾고 싶어 닉에게로 돌아가기로 하고 자신은 전 남자 친구에게 납치당했으며 감금당해 있었지만 탈출했다는 핑계로 닉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닉은 에이미의 거짓말을 알았기에 떠나려고 했지만 강간당해 돌아온 아내를 버린 쓰레기가 될 거라 에이미가 협박하자 떠나지 못한다. 

 

- 감상

영화는 벽 너머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말끔히 정돈된 주택들과 깨끗한 마당과 새벽의 회색빛 파르란 톤의 화면으로 닉과 에이미가 사는 한적한 동네를 비추며 시작된다. 닉이 에이미의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고 하는 끔찍하게 달콤한 대사와 함께 에이미의 얼굴을 크게 비추는데 아름답고도 서늘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끔찍함이 들어 시선을 피하게 만들었다. 일관되게 차가운 분위기로 한 편의 영화를 조율해 낸 데이빗 핀처는 실로 명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범죄 스릴러로 시작하여 중간에는 사이코패스 스릴러 결말에는 증오와 속박 가스라이팅이 난무하는 치정 스릴러가 된다. 에이미와 닉의 결혼생활을 보고 있자니 영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지옥 같은 결혼생활은 우리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모두들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헤어질 때는 그렇게 야비하고 잔인할 수가 없는 게 사랑에 처음 빠졌을 때는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에이미는 처음부터 사이코패스였을까. 닉은 원래부터 그런 쓰레기였을까. 사실 우리 모두는 사이코패스와 쓰레기를 마음속 저 밑바닥에 깔고 될 수 있으면 튀어나오지 않도록 위에 겹겹이 다정함과 매력 섬세함 유머러스함을 덮어 놓고 사는 것 같다. 사람을 바닥까지 몰아가는 상황이 닥치면 내가 저 밑에 꽁꽁 숨겨 깔아 두었던 끔찍한 것들이 튀어나와 서로를 망치고 상처 주는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내가 어쩔 수 없이 영화 시작부터 눈을 깔고 말았던 에이미의 얼굴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