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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Leave the World Behind)

by 집구리 2024. 1. 4.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영화를 관람 후 읽기 바랍니다. 

 

- 기본 정보

 

이 영화는 2023년 개봉한 샘 에스마일 감독이 각본까지 쓴 넷플릭스 영화이다.

2020년 출간된 루만 알람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원작 소설은 당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모든 정보가 불확실한 신종 재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내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기획을 거쳐 제작되었다.

 

- 줄거리

뉴욕에 사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사람을 대하는 것에 지쳐 예민한 상태로 남편 클레이(에단 호크)와 아들(아치) 딸(로즈)을 데리고 뉴욕 인근의 롱아일랜드 호화 주택 단지로 즉흥적으로 휴가를 떠난다.

가족들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거대한 유조선이 해변까지 떠밀려오는 장면을 보게 된다.

불길한 분위기에 모바일은 먹통이 되고 와이파이조차 터지지 않는다.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 엉망이 되어 숙소로 돌아온 그날 밤 낯선 두 사람이 숙소의 문을 두드린다. 

 

두 사람은 고급 턱시도를 차려입은 조지(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딸 루스(마이할라 헤럴드)로 아만다 가족이 묵는 호화 주택의 주인이라고 했다. 아만다는 낯선 사람 둘을 불신하지만 조지가 제안한 금전보상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두 사람을 주택에 들이게 된다. 

 

그 후 본격적으로 각종 이상 상황들이 펼쳐진다. 

사이버 공격으로 하늘의 비행기가 추락하고 해변에 죽은 사람들이 널려 있고 

알 수 없는 전파로 인해 동물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고 아만다 가족이 뉴욕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고속도로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여 충돌해서 꽉 막혀있다. 

드론이 뿌리는 낯선 문자가 쓰인 붉은 전단지와 길거리에서 울부짖는 사람(이번에도 말은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슬림 과격 집단의 테러라고 하고 한국의 짓이라고도 하고 해커 단체의 공격이라고도 한다. 

그 어느 것 하나 정확한 정보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두 가족. 

 

큰 소음이 울린 후 아만다의 아들 아치의 이가 몽땅 빠지는 무서운 상황도 생긴다. 

조지는 클레이와 함께 아만다 아들 아치의 약을 구하기 위해 이웃의 집에 갔다 오고

돌아오는 길에 조지가 사업상 알고 있던 고객이 들려준 정부 붕괴 시나리오 3단계를 말해준다.

영화 또한 같은 소제목으로 구성되며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 고객이 들려준 가상의 시나리오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1단계 고립

2단계 동시다발적 대혼란

3단계 쿠데타

혼란스러운 상황에 아만다의 딸 로즈가 우연히 옆집의 안전한 지하 벙커를 발견하고 휴가 내내 보기 원하던 프렌즈 마지막 회를 DVD를 보며 평화를 찾는다. 영화는 이렇게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 감상

늘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평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지만 언제고 전화 한 통으로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특히나 불행과 사고는 예상하지 못할 때 다가오며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이것을 잊고 산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온 지구에 차별과 분쟁이 만연하고 협력보다는 분열이 그리고 각자도생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멀리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정권에서 종전을 선언하고자 했으나 상대 국가가 동의하지 않았다. )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재난영화 한 편 보듯이 감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열린 결말이 주는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과 함께 갑자기 우리나라가 종전이 아닌 휴전 국가인 것이 체감되었다.

유튜브를 켜서 비상시 대처 방법과 전쟁 시 행동 수칙 같은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가까운 가족에게 전쟁이 나면 급하게 몸을 피하더라도 상황이 정리되면 무슨 요일 12시에 어디 어디에서 만나자고 미리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누가 사회 붕괴를 일으켰는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게 묘사되고 그렇다더라 식의 정보만 등장인물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모든 사건을 모호하게 설정한 까닭을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 속에서 관객에게 영화 속 가족들과 비슷한 불안감을 선사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린 결말과 관련해 관객의 비판이 많다고 하는데 감독이 원하는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사회붕괴 상황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워킹데드 같은 종말을 다룬 시리즈에서도 사람들이 언제나 최종 빌런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사람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아만다의 가족과 조지의 가족은 불신과 경쟁 그리고 의심을 넘어 결국에는 협력한다. 결말에는 무모한 행동이긴 하지만 집 밖으로 나서서 직접 행동한 어린 딸 로즈만이 본인이 얻는 것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모로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였다. 

끝으로 영화 속에서 처음 사회붕괴의 시작을 알렸던 해변의 대형 유조선 사진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