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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by 집구리 2024. 1. 9.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기본 정보

1999년 제작되어 2000년 개봉된 이 영화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집필한 [재능 있는 리플리 씨]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앤서니 밍겔라가 감독하였고 맷 데이먼, 주드로, 기네스 펠트로 등 당대 청춘스타가 대거 등장하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말과 연기를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 또한 같은 작품을 원작 소설로 하고 있다.  

 

- 줄거리

피아노 조율사와 호텔보이 등 변변치 않은 일을 전전하던 톰 리플리(맷 데이먼)는 어느 화려한 파티에서 다친 피아니스트 대신하여 연주를 하게 된다. 연주자 톰을 자신의 아들과 같은 프린스턴 대학의 동문으로 착각한 선박부호 허버트 리처드 그린리프의 오해로 가까워지게 되고 허버트는 톰에게 1000달러를 줄 테니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아들 디키 그린리프(주드 로)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출발 전부터 디키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고 그가 좋아하는 재즈를 들으며 점점 그에게 동화되어 가는 톰. 

디키는 이탈리아에서 여자친구 마지 셔우드(기네스 팰트로)와 놀고먹는 한량으로 지내고 있다. 톰은 해변에서 우연히 디키 일행과 마주치는 기회를 만들고 프린스턴 대학 동창인 양 그에게 접근하여 미리 공부했던 재즈에 대한 지식으로 그와 친해진다. 처음에는 약속대로 디키를 아버지에게 데려가고자 했지만 디키는 톰에게 아버지가 준 1000달러의 보수로 자기와 놀자고 한다. 톰은 그들과 지내며 자신도 상류층의 일원이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그러던 중 원래부터 자기중심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의 디키는 톰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을 느끼고 그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디키가 이젠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며 여정을 같이 하는 걸 그만하자고 톰에게 통보하자 톰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급기야 보트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디키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디키의 시신을 보트와 함께 침몰 지켜 바다에 유기한 톰은 디키의 사진과 필체를 위조하고 호텔 두 군데에 각각 톰 리플리와 디키 그린리프의 이름으로 체크인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이며 디키 그린리프의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톰은 마지에게 자신이 위조한 디키의 이별 편지를 전달하고 로마에서 디키의 행세를 하며 미국 섬유 부호 집안의 매러디스(케이트 블란쳇)와 만났으며, 디키의 필체를 위조하여 미국에 있는 디키의 부친에게 돈을 받아 집을 렌트하고 상류층 생활을 누린다. 그러던 중 디키의 친구 프레디(필립 시모어 호프먼)가 디키의 행방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톰에게 추궁하자 프레디도 살해하고 외진 곳에 시신을 유기한다. 프레디의 시신이 발견되자 톰은 디키의 유서를 위조하였고 이탈리아 경찰의 수사가 뛰어나지 않았던 탓에 톰 리플리는 잡히지 않고 도망쳐 베니스로 간다. 

디키의 아버지는 사립 탐정을 고용하여 아들의 사망을 조사하게 하지만 톰이 조작한 디키의 유언장과 디키의 다혈질적인 과거 행적 때문에 톰에게 속아 넘어가 가짜 유언장대로 톰에게 상당한 신탁을 지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마지만이 톰이 디키를 죽였음을 짐작하고 화를 내지만 다른 이들은 마지가 약혼자를 잃어 슬퍼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톰은 새로 가까이 지내는 피터와 유람선으로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난다. 피터는 디키나 프레디와는 다르게 톰을 진심으로 대해준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마침 같은 유람선에 탄 매러디스와 재회하게 되고 톰을 여전히 디키로 알고 있는 그녀는 톰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매러디스 또한 같은 상류층인 피터를 알고 있고 다시 한번 톰의 정체가 발각되려는 위기가 닥친 순간 톰은 피터가 매러디스를 마주치기 전에 피터까지 살해하게 된다. 

- 감상

맷 데이먼이 연기한 톰은 사회적 격차에 잠식된 청년이다. 가슴속에 내재된 강력한 신분 상승 욕구로 인해 동경하던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앞선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영화는 선량하고 신뢰감 있는 맷 데이먼의 얼굴로 동정심을 자극하고 톰의 행동에 대한 배경을 세세하게 설명하여 그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도록 관객을 유도한다.

톰이 디키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가진 자에 대한 부러움은 아니다. 그는 이따금 피아노로 몰래 바흐를 연주하고 호텔에서 일하면서도 짬짬이 부자들이 즐기는 오페라를 훔쳐본다. 지독한 사랑 혹은 사이코패스의 자기만족으로로 보이는 톰의 행동은 급기야 디키의 행세를 하며 메러디스와 특등석에서 오페라를 즐기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톰이 부러워했던 것은 디키가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난 귀족적인 태도와 허영의 분위기이다. 주변의 어떤 보호도 없이 자라온 그는 디키의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 여유를 동경했던 것이다. 하지만 톰은 디키가 될 수는 없었으며 톰 자신의 몫으로 다가온 진실한 인연 또한 지킬 수 없었다.

앞으로도 마지막 한 조각 남은 인간성마저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덮기 위한 악행을 계속하며 인생을 연명하다 마감하게 될 톰을 예상하며 관객은 영화가 끝나며 이유 모를 쓴맛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