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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by 집구리 2024. 1. 4.

- 기본 정보

1995년 개봉작인 이 영화는 감독과 주연 자리가 여러 차례 손바뀜을 한 끝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겸 주연으로 결정되어 제작되었다. 원작은 1992년에 출판된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며 이 책은 1990년 작가가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감독이자 주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자유롭고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신사적인 분위기와 메릴 스트립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곳곳에 드러나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둘의 관계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블루스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할 정도로 조예가 깊은데 그런 내공이 이 영화 속의 OST 넘버에 스며들어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1930년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0대 중반이었고 메릴 스트립은 1949년생으로 40대 중반의 나이였는데도 레모네이드 한잔 하실래요? 라는 대사는 라면 먹고 갈래요? 라는 대사만큼이나 배우의 나이를 잊고 보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 줄거리

1965년 어느 여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이오와 지역의 지붕이 달린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메디슨 카운티에 방문하게 된다. 초행길에 도로를 헤매다 길가의 프란체스카의 농장 앞에 트럭을 세우고 길을 묻게 된다. 

남편과 청소년 아들과 딸이 나흘 동안 일리노이 주의 가축 박람회에 참가하러 여행을 간 사이 프란체스카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속에서 불쑥 나타난 자유로운 분위기의 신사적인 이방인 로버트에게 프란체스카는 호기심을 느낀다.

 

프란체스카가 다리까지 길을 안내해 주며 두 사람은 친해지고 이윽고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인생의 마지막 사랑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중년의 나이에 찾아와 프란체스카를 다시금 사춘기 시절의 소녀처럼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매만지게 만들고 마음을 흔들고 눈물짓게 한다. 또한 전 세계를 다니며 자유로운 집시처럼 살던 예술가 로버트의 인생을 집어삼킨 채 일생을 이루지 못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게 만든다. 

 

블루스와 재즈, 예이츠의 시 구절, 사랑의 열병에 휩싸인 여름밤의 연인과 이별하는 날의 장대비

호기심, 질투와 눈물 갈등 욕심 꿈 그리고 지난한 인생을 거쳐 죽음에 이르러서야 둘은 이루어진다. 

 

- 감상

이 영화는 불륜이라는 민감한 주제 때문에 호불호가 생각보다 강한데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20대였고 그때는 영화에 집중을 좀처럼 하지 못했다. 영화를 스토리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중년 부인의 일탈 정도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한참 후 30대 중반을 넘어선 시기에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을 보고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지금까지 여러 번 보아서 이제는 모든 장면 모든 대사를 알고 있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 눈시울이 글썽하게 된다. 

 

주인공 둘은 불륜이라는 거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나흘간의 사랑은 두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며 때로는 불행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고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로버트와의 사랑을 포기한 프란체스카와 그런 프란체스카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채 평생을 그리워한 로버트의 선택이 둘의 마음이 한순간의 일탈이 아닌 일생에 걸친 사랑임을 증명한다. 

 

사랑이 다 아름답지는 않다. 때로는 장대비에 젖어 엉망인 채로 길바닥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랑일 수 있다. 

일상에서 가끔 마음의 힘겨움을 사소한 청소나 잡무로 잊으려할 때 뜬금없이 머릿속에 생각나던 영화 속 대사가 있었다. 

대사와 실제 로즈먼 다리 사진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사사로운 일상이 다시 시작됐고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그가 생각할 때 마다 날 지탱해 준 건 집안일이었다.
그렇게 나흘간의 사랑에서 날 떼어놓았지.
난 일에 감사하며 안도했다. 

 

 

로즈먼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