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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2015

by 집구리 2024. 1. 17.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기본 정보

이 영화는 2015년 개봉한 실화 영화로 미국의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여행하고 쓴 에세이 와일드(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를 원작으로 했다.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고 어머니 바비 역에는 로라 던이 연기했으며 감독은 장 마크 발레이다. 주인공 셰릴이 걸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도보길이다. 4,300여 킬로미터에 이르며 완주에만 3~4달이 걸리는 험난한 여정이다. 사막과 황무지, 눈 덮인 산을 지나가야 하며 야생 동물과 해충이 사는 극한의 공간에서 오직 자신의 힘으로 노지 숙박과 도보를 하며 고행에 가까운 여정을 거치게 된다. 

 

- 줄거리

작가를 꿈꾸던 셰릴은 사랑했던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모든 면에서 망가진다. 인생을 포기하고 마약에 손을 대며 밑바닥 생활을 하던 셰릴. 어느 날 우연히 상점에 진열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란 책을 보고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며칠 후 책을 구입한 셰릴은 비참한 삶에서 스스로를 구원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딸로 거듭나기 위해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여정을 떠나기로 한다.

거친 야생의 여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여행을 시작한 셰릴은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을 마주친다. 며칠 동안 씻지 못하는 고생은 가벼운 축에 속한다. 인생의 굴레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는 셰릴. 길바닥에서 노숙하고 무거운 짐으로 온몸은 상처 투성이가 되며 발톱은 몇번이나 빠진다. 여성 혼자 하는 도보 여행길에서 때로는 위험한 사람도 만난다. 

영화는 셰릴의 여정을 따라 가는 중간중간에 과거의 이야기를 한 토막씩 끼워 넣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주인공은 야생의 자연 속에서 고독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 마음속 상실의 아픔과 좌절감을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더 큰 고통과 파괴로 덮는 짓을 중단하고 이따금씩 낯선 사람이 주는 따뜻한 호의를 경험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94일의 여정 끝에 목적지 신들의 다리에서 여행을 마치며 담담하게 홀로 이야기하는 셰릴을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 감상

영화 제작과 주연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과 이야기의 주인공인 원작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자주 만나면서 깊은 교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셰릴이라는 인물과 철저하게 동화되어 있으며 작고 여윈 그녀의 신체는 주인공이 겪은 시련과 겹쳐져 주인공의 과거와는 상관없이 우리를 그녀의 편으로 이끈다. 영화는 거대한 자연의 멋진 풍광을 보여주며 관객을 유혹하는 대신 셰릴의 고행길과 내적인 상념에 주목한다. 한 인간이 바닥에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고행길에 대한 처연함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내적인 좌절과 그에 대한 극복에 공감을 하게 만든다. 신들의 다리에서 나오는 셰릴의 내레이션과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실제 셰릴의 사진은 영화를 보고 난 우리를 더욱 감동하게 만든다. 이 모든 여정이 실제란 것을 알고 영화를 봤어도 진짜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진정성이 또 한번 피부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